김미라 기자
그래픽=김미라 기자
[한국의정신문 김미라 기자]
2026년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한 축은 분명해지고 있다. 영어 조기교육과 과도한 사교육 경쟁이 만들어낸 ‘4세 고시·7세 고시’ 논란을 넘어, 이제 국가는 교육의 무게중심을 ‘독서’로 이동시키고 있다. 단순한 독서 장려를 넘어, 국가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려는 시도다.
국회는 2026년 1월 ‘독서 국가’ 출범을 선언하며 유·초·중·고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독서교육 체계 구축에 나선다. 교육부 역시 AI 시대에 필요한 인간다움의 핵심 역량으로 독서와 인문교육을 명시하며 ‘책 읽는 학교문화’ 확산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독서를 단순한 교양 활동이 아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교육 방법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AI가 빠르게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답은 명확하다. 깊이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독서는 문해력과 사고력, 비판적 판단 능력을 동시에 기르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교육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독서는 입시의 주변부에 머물러 왔고, 교육의 중심은 문제풀이와 속도 경쟁에 놓여 있었다.
‘독서 국가’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유치원 단계의 ‘독서 유치원’, 초등학교의 ‘독서 중점학교’, 중학교의 ‘독서 학기제’, 그리고 독서 이력을 교육과 진로로 연계하는 시스템은 공교육 안에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국가적 실험이다. 이는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공교육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서 정책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책 읽는 학교–책 읽는 마을–책 읽는 도시’로 이어지는 독서 생태계 구상은 지역사회 전체를 교육의 장으로 확장한다. 도서관, 마을 서점, 지역 문화공간이 교육 정책의 파트너로 재편되는 순간, 독서는 시험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삶의 기술이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 이후의 실행이다. 독서가 교육 현장에서 일회성 캠페인으로 소모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과 교육 여건에 맞는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 학교와 지역사회가 각자의 방식으로 독서 정책을 구체화할 때 ‘독서 국가’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
2026년 대한민국 교육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더 이른 경쟁으로 갈 것인가, 더 깊은 사고로 나아갈 것인가. 독서를 중심에 둔 교육 정책은 후자를 선택한 국가의 답변이다. 이제 그 답을 어떻게 지역에서 실현해 나갈 것인지가 다음 과제다.
이 칼럼을 시작으로, 각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독서 정책은 곧 그 지역의 교육 철학이며,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